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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호]  2019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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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품격
[[제1650호]  2019년 7월  20일]

무릇 정치는 말의 기술이다일국의 지도자에게는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더구나 국가 최고 통치자라면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릴 정도의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이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한 말을 들으며 귀를 의심했다누가 봐도 기념식장에 함께 있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한국당의 전신을 이끌었던 과거 인물들이 독재를 했다는 것인지 황 대표의 조상이 독재였다는 것인지 그래서 그 후예가 연좌제 적용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섬뜩했던 건독재자의 후예’ 그 말 속에 감춰진 비수다반대자들에 대한 분노보수 대청소를 향한 저들만의 성전의 기운이 느껴졌다문제의 본질은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가 독재자의 후예인지 아닌지를 따지는데 있지 않다대통령이 해서는 안될 말 즉 국민 분열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여야 정치권은 종종 당파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말싸움을 할 수도 있다그러나 대통령은 그래서는 안된다특정 진영의 입장에서 반대자들에게 자극적인 언어를 쏟아내는 것은 대통령다움과는 거리가 멀다문 대통령은 집권 직전 출간했던 문답집대한민국에게 묻는다’(2017)에서 대통령이 꼭 지켜야 할 세 가지로 경제와 안보 그리고 통합을 꼽았다그때는 그랬는데 집권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진건가청와대 참모들이 설령 원고준비 과정에서 야당을 겨냥해 모진 표현을 넣었다 하더라도 국민 통합이라는 대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삼갔어야 했다독재자의 후예 발언은 저주에 가까웠다저주는 또다른 저주를 부른다황 대표는 사흘 뒤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김정은 대변인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청와대의 반박이 뒤따랐고 다시 한국당은 남로당의 후예공세를 퍼부었다받은 만큼 돌려주는 저주의 오마주가 반복됐다여야 정치권이 자극적인 언어로 거친 공방을 주고받는 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된지 오래다상대를 타협의 대상이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빚어낸 정치문화다비극적인건 대통령이 바로 그 증오 기반 정치문화의 한가운데 서 있고 그걸 진두지휘하는 기막힌 현실에 대한민국이 놓여 있다는 점이다대통령은 단순히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국가의 대표이고국민의 대표이다자신의 지지자는 물론 반대자까지 포용하고 통합하는게 그의 숙명이다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언어는 정치권의 거친 공방과는 구분되는 격을 가져야 한다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야당을 몰아세우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국민통합을 부정하는 행위다경제가 힘들어지고 안보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내모는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대한민국이 다시 묻고 있다문 대통령이 진정 지켜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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