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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통령 이승만 장로 14 - ‘독립정신’은 독립을 위한 기본 상식 교과서였다
[[제1501호]  2016년 4월  23일]


동북아(東北亞)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러일전쟁이 터졌다. 이는 한마디로 ‘누가 먹느냐’의 싸움이었다. 먹잇감은 조선이었다. 전쟁의 승자가 조선을 차지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승만의 피가 또 한 번 뜨거워졌다. 감옥친구 유성준도 거들었다. “독립협회 이전의 모든 개혁운동이 실패한 것은 지도자들이 일반 민중을 교육시킬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네. 독립운동에 대한 여론을 조성해야 하네.”

조선이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깨어나야만 했다. 그들을 일깨우기 위해선 선각자의 외침이 필요했다. 감옥에 있던 이승만이 역사의 호출을 받았다. 1904년 2월 19일, 만 스물아홉의 죄수가 한성감옥에서 집필하기 시작한 책이 ‘독립정신’이다.

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독립정신’에 대해서 찬사가 쏟아졌다. 이원순은 “자유주의자의 영감으로부터 나온 뛰어난 책”이라고 말했다. 서정주는 “저 방대하고도 철저한 선지자(先知者)로서의 글”이라고 멋스럽게 표현했다.

이한우는 “유길준, 김옥균, 서재필 등에 의해 시작된 초보적 수준의 개화론이 근대 민족주의로 체계화되는 전환점을 맞게 하는 기념비적 저서”로 보았다. 미국의 연설학회 회장과 대학교수를 지낸, 이승만의 오랜 동료 로버트 올리버(Robert Oliver)는 “독립정신은 한국인들의 정치적 성서(Bible)이다. 이 저서를 차근차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승만을 옳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길자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이승만이 이 책에 그린 나라와 백성의 조건은 글로벌 현대 선진국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승만을 논하려는 자, 모름지기 이 책부터 읽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독립정신’의 국가 정신이야말로 이승만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할 것이다.”

유영익(柳永益)은 이승만에 관한 수천 건의 1차 자료를 분석하여 새로운 학문적 결과를 쏟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가이다. 흥미롭게도 그가 정치학과를 지망한 계기는 이승만의 잘못된 정치에 대한 분노였다. 4.19가 일어났을 때, 그는 열렬히 찬동했었다.

이승만에게 부정적이었던 그는 미국에서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

“1960년대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할 때였습니다. 옌칭 연구소 도서관에서 이승만의 첫 저서 ‘독립정신’을 읽으면서 19세기 말에 청년 이승만이 가졌던 비범한 역사관과 세계관에 은근히 놀랐지요. 젊은 나에겐 솔직히 같은 시대 박은식(朴殷植)이나 신채호(申采浩)의 역사관, 세계관과 비교하여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 19세기 한국 현대사에 관심의 초점을 모으면서 마침내 4.19때 가졌던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고정관념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세기 후반 한국 역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곧 대원군, 고종, 명성황후,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유길준, 윤치호, 최제우, 전봉준 등과 비교할 때 당시 이승만의 식견과 행동은 탁월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승만 연구를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유영익은 ‘독립정신’에 대하여 옥중에서 5년간 독서를 통해 터득한 독립을 위한 기본 상식 교과서이며 ‘이승만의 감옥 대학 졸업논문’이라고 묘사했다.

필자의 소견으로 ‘독립정신’에서 뚜렷이 읽혀지는 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로 민주주의를 향한 신념이다. 서문에서 이승만은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중간층 이상의 사람이나 한문(漢文)을 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썩고 잘못된 관습에 물들어 기대할 것이 없고, 그 주변 사람들도 비슷하다.”

당시의 지배층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감옥에서도 무디어지지 않은 혁명가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간층 이상이 썩었다면, 기대할 곳은 백성들이다. 그 백성들을 향하여, 감옥에서 붓을 든 것이다.

“지명과 인명을 많이 쓰지 않고 일상 쓰기 쉬운 말로 설명한 것은 읽기 쉽게 하려는 것이며, 한글로만 쓴 것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특별히 백성에 대해 많이 쓴 것은 대한제국의 장래가 백성에게 달려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백성들을 깨우치는 일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통찰했다. “진심으로 바라는 바는 우리나라의 무식하고 천하며 어리고 약한 형제자매들이 스스로 각성하여 올바로 행하며,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여 날로 국민정신이 바뀌고 풍속이 고쳐져서 아래로부터 변하여 썩은 데서 싹이 나며, 죽은 데서 살아나기를 원하고 또 원하는 바이다.”

어두운 시대에 캄캄한 감옥에서 이승만의 붓은 희망을 적어간다. 그의 지향점은 부활이다. 죽어가는 조국이 깨어난 백성들을 통해서 다시 살아나기를, 그는 부활을 꿈꾸며 글을 써내려 간다.

“당장 시급한 것은 모든 사람이 ‘우리는 할 수 없다’는 마음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백성들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백성들이 변한다면 이는 나라를 위해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씨만 잘 뿌려 놓으면 반드시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로 교육의 중요성이다. 나라의 주인된 백성, 그처럼 중요한 백성이 교육을 받지 못해서 무지한 상태라면, 나라의 희망은 없어진다. 이승만은 탄식한다. “백성들을 일깨울 책 한 권도 없고, 그들에게 말 한마디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 어떻게 그들이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어느 나라든지 백성이 모두 썩어 활력을 잃어버리면 여러 해 동안 교육을 통해 활력을 회복해야만 개화(改化)가 스스로 뿌리내릴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전에는 어떤 제도나 주의(主義)도 세울 수 없으며, 설사 우연히 어떤 제도를 들여온다 하더라도 쉽게 쓰러질 것이니 그것은 제대로 뿌리내렸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승만이 훗날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우며 ‘교육 혁명’ 또는 ‘교육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한성감옥에서부터 쌓아올린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호 목사

<신안산대 겸임교수 •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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