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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감나무에게 배우는 감사
[[제1664호]  2019년 11월  16일]

감사의 계절에 자연은 풍요로운 열매를 우리에게 제공한다작은 감나무에서 무려500개의 감을 땄다언제 감이 노랗게 익어갔는지도 모른 채 감나무의 열매를 따 먹는 인간은 파렴치하다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뜰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감나무는 봄부터 새싹을 틔우고 잎을 내었다그리고 봄바람과 꽃샘추위를 이겨내며4월을 견디었다

울긋불긋 온 천지가 꽃동네가 되는5월에 감나무도 꽃을 피운다감꽃은 장미에 비하면 꽃도 아니다온 나라가 벚꽃의 화려함에 미쳐 왁자지껄할 때감꽃은 외면당함의 서러움을 속으로 삭이면서 그 속에 작디작은 열매의 태아를 품고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오직 열매를 위하여 초여름에 감나무는 웃자람 가지가 잘라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그리고 한여름의 폭염 속에서 자양분을 뿌리로부터 빨아들여 열매를 키운다하지만 태풍과 비바람의 모진 시련 속에서 어린 열매들을 수없이 잃어버리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병충해와의 전쟁과 새들의 폭력 속에서도 감나무는 열매를 보존하고 가을의 문턱에서 제법 감의 형태를 갖춘 어린 열매들을 선보인다가을이 익어갈수록 감의 색깔도 가을을 닮아간다

감나무는 봄부터 가을까지 하루도 쉬는 법이 없고정지된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다매일같이 변화하면서 열매를 위한 자기 수련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감나무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매일매일의 모습이 다르다그 마라톤보다 더 길고 어려운 과정을 통하여 한그루의 나무는 가지가지마다 풍성한 열매를 달고 감사한다그 연약한 가지에 어찌 그리 많은 열매를 달고 견디는지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감을 그냥 무심코 먹으면 안 된다그 하나의 열매를 위한 수고에 감사하며 먹어야 한다그리고 상대적으로 너무 게으르고 나태했던 일 년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감을 손에 쥐고 낭비했던 일 년 동안의 시간이 자책으로 다가와야 한다올해도 내 인생의 열매가 없음은 다른 사람의 잘못도 아니고환경을 탓할 일도 아니다더구나 하나님을 원망해서는 말이 안 된다

열매 없음은 내가 시간 관리를 잘못하고 산 탓이요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음질하지 못한 때문이다하나님은 우리에게 열매를 원하신다그러나 오늘도 우리는 드릴 열매가 마땅치 않다올 한 해 한국교회가 맺은 열매는 하나님께 드리기가 민망할 정도다흠이 많고 벌레 먹고 썩어 문드러지고 악취가 풍기는 상한 열매를 손에 든 인간은 감나무 보기가 부끄러워진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

• 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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