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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사람은 왜 저렇게 악한가?
[[제1663호]  2019년 11월  2일]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일이다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길에 무배추더러는 참외오이호박 등 농산물을 소달구지에 가득 싣고 서울 시장에 팔러오는 사람을 보았다그 사람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지만 시골에서 농사지은 것을 가지고 새벽같이 서울을 향해 출발했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실은 소달구지 위에 주인이 타고 있었고소가 언덕길을 힘겨워하여 올라가지 못하면주인은 채찍으로 때리며 올라가도록 채근했다때로 채찍에 맞다가 소가 넘어져 못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그러면 주인은 인정사정없이 소에게 채찍질을 했다나는 소에게 그렇게 채찍질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인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소가 하염없이 불쌍해 보였다학교가 끝나 집으로 가는 길에 그 언덕길을 지나가다 보면 불쌍한 소가 자꾸 생각이 났다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곤 했다

또 하나 신학교 시절에 있었던 끔찍한 일이 생각난다그 시절 기숙사에 있던 개 두 마리가 몇 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다강아지 중 더러는 이웃에 팔기도 하고 몇 마리는 학교에서 길렀다나는 그중에서 흰 강아지와 노란 강아지를 참 예뻐했다식당에서 식사 후 돌아올 때마다 강아지를 불러서 쓰다듬어 주고 가끔 매점에서 빵을 사서 주기도 하였다그래서인지 강아지들은 나를 보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기어오르고 내곁을 떠나지 않았다당시에 기숙사를 관리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사생회가 있었다그중에는 식당을 감독하는 식감이 있었다식감은 선출직이었고식감이 되면 학비와 학교식당 식사비를 면제받았다어느 날 사생회 회의에서 신학생들 중에 영양실조에 걸려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그들의 몸보신을 위해 기숙사에서 기르는 개를 잡아서 먹자는 의견이 나왔다

며칠 후 수업을 하고 기숙사로 돌아왔는데식감이 나를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불렀다. “선태 씨가 예뻐하고 좋아하는 개들 중에 한 마리를 잡아서 오늘 저녁에 보신탕을 만들어 먹는다고 말하면서 한 마리의 개를 불러 내더니 문에 매달아 놓았다그 개는 살겠다고 버둥거리며 풀려나려고 온갖 힘을 쏟았다그때 식감이 큰 몽둥이로 개를 두 번 때렸고개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그날 저녁 신학생들이 보신탕을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을 보았다나는 슬픈 마음에 그것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무거운 짐을 실을 소달구지를 끌다가 넘어지면서도 채찍질을 맞으며 힘겹게 언덕을 올라가던 소의 불쌍한 모습넘어진 소에게 채찍질하던 소 주인의 악한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또한 나를 보면 반갑다고 뛰어나와서 안기던 개를 매달아 놓고 때려 죽이던 식감의 모습도 생각난다그럴 때마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돌이켜 보게 된다힘이 떨어진 소를 때리고,식구나 다름없이 기르던 개를 잡아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섭고 매정한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친척집에 있을 때앞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매일매일 나무 패듯 인정사정없이 친척들에게 매 맞던 아픔이 떠올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거지 생활을 하다가 미8군에 있는 미군의 도움으로 삼각지의 어느 고아원에 얼마동안 있게 되었다남녀 고아들이300여 명 있었는데어느날은 석 선생이라는 사람이 당시13~14살 먹은 아이를2층 난간에 매달아 놓고 한 시간 가량 때렸다방에서 무엇인가 없어졌는데 그 아이가 훔쳐갔다는 추측만으로 마구 때린 것이었다그 아이는 박 전도사님을 부르고없는 죄로 매 맞아 죽는다고 통곡을 하였다그렇게 한 시간을 매 맞고 거의 실신을 했을 때동료들이 보고 물을 먹이고 돌봐주는 것을 보았다나도 예외는 아니다부산 맹아원에 있을 때 먹을 것을 사다주지 않는다고 나를 미워한 사감이 있었다. 30여 명이 보는 앞에서 대나무 몽둥이로 나를 한 시간 동안 때렸다난 그때의 억울함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그 사감은 너무나도 극악한 인면수심의 악당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에 기는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보기에 좋다고 하셨다소는 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성실히 하다가 나중에는 잡아먹힌다개는 사람 다음으로 지능이 뛰어난데도 사람들의 몸보신용으로 잡아먹힌다공중에 나는 새들은 아침 태양과 함께 노래를 불러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지만사람들은 새를 사냥해서 잡아먹는다

미국에서 목회하시는 한 선배 목사님 집의 뒷산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많았다목사님들은 아침마다 새들에게 먹이도 주고 물도 주었다사람의 사랑을 받은 새들은 그 나무를 떠나지 않고,사랑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것처럼 모여서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었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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