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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굴업도에서 생긴 일
[[제1641호]  2019년 5월  11일]

굴업도.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이름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던 이 섬이 언론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정부는 이 섬에 핵폐기물 저장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안면도 사건에 이어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를 것이 분명했다.

나는 우선 과학 기술 행정 4대 사업을 발표했다. 기초과학육성을 위한 고등과학원 설립, 프로젝트 시스템(PBS)을 도입한 연구소 능력 증가, 항공우주산업발전을 위한 우주개발기초 확립, 과학기술과 경영 연계를 위한 테크노경영대학원 설립 등이 주요 골자였다.

199511, 핵폐기물 저장시설 건립지인 굴업도를 조용히 방문했다. 섬에는 7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핵폐기물 시설이 들어서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우선 국제적인 전문가들을 동원해 지질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정부는 주민들을 위한 보상금 6백억 원을 이미 책정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다른 데 있었다.

몇 달 후 지질연구소장과 함께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는데 그곳에서 굴업도를 조사한 지질학자의 전화를 받았다.

장관님, 굴업도에서 최근에 형성된 단층 세 개가 발견됐습니다. 이곳에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지으면 위험합니다.”

최근이라 함은 보통 50만년을 가리킨다. 과학에서는 50만년이 최근으로 간주된다. 50만년 이내에 형성된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발견되면 원자력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지을 수 없다. 나는 급히 과기처 차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계획을 취소하세요. 굴업도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됐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며칠만 늦었으면 기업과 건설계약을 맺고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나눠줄 상황이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었다.

나는 베이징에서 귀국한 후 굴업도 시설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몽골이나 시베리아에 국제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건축하고 한국이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장관직에 있는 동안 항공우주개발과 과학기술의 세계화에 주력했다. 그리고 19968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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