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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7호]  2019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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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두 번째 맡은 과기처장관
[[제1640호]  2019년 5월  4일]

1994년은 참 행복한 해였다. 아주대학교 석좌교수로 자리를 잡았고 사랑의 집짓기, 사랑의 쌀 나누기,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아주대학교 김효규 박사는 총장직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이사회는 나를 차기 총장으로 내정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모교인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에서 강연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닥터 정이 메인 스피커가 돼 주십시오.”

나는 12월 말에 있을 두 가지 일에 대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었다. 아주대학교 총장을 맡아 학교를 운영하는 일과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발표할 강연 원고준비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12월 중순경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영삼 대통령께서 내일 오찬을 함께 하자고 하십니다.”

의외의 연락이었다.

대통령이 왜 나를 보자고 하는 것일까?’

이튿날 청와대로 들어갔다. 김 대통령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로 나를 맞았다. 아주 밝은 표정이었다. 점심메뉴는 그 유명한 칼국수. 그는 짤막하게 식사기도를 드렸다.

장로 대통령. 기도하는 지도자. 나는 속으로 감사했다. 국가의 지도자가 신을 향한 경외심을 갖는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김 대통령은 칼국수를 들면서 말했다.

정 박사가 이 나라의 과학행정을 좀 맡아 주시지요.”

전 과학기술처 장관을 이미 한 번 했습니다. 그런데 낙제점수를 받았어요. 전 안됩니다. 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를 시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의외의 답변에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장관을 한번 하셨지요?”

, 참 힘들었습니다.”

김 대통령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나 역시 딱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대통령과 나는 칼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헤어졌다. 그 후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 역시 과기처 장관을 맡아달라는 말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았다.

1223, 그날 나는 고등기술연구원에서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그때 여비서가 메모지 한 장을 전해 왔다.

박사님, 지금 텔레비전에서 개가발표를 하고 있어요. 박사님이 과기처 장관에 다시 임명됐어요. 축하드립니다.”

그것은 전혀 뜻밖의 인사박탁이었다.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장관 불가론을 분명히 밝혔고, 기억 속에서 이 일을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언론들도 나의 장관임명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방송에는 내 프로필과 사진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아주대학교 총장직은 어떻게 합니까?”

후배 교수들의 질문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뭔가 뜻이 있겠지요. 아마 더 좋은 분이 올 겁니다. 국가의 부름을 외면할 수야 없지 않습니까.”

두 번째로 맡은 장관직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보다 더 큰 시련이 거대한 암초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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