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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진후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①
[[제1614호]  2018년 10월  13일]

19861월 나는 두 번째로 2년 임기의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사장직을 마치고 다시 미국에서 연구생활을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들 진후의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기쁨이었다.

연구 활동과 진후의 장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본다는 것, 이것처럼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미국생활에 한참 젖어들고 있을 무렵,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그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으며 도저히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유럽에서는 급히 원자력의 안전성에 관한 국제회의가 소집되었다. 나는 세계의 원자력 학자들로 구성된 12인 자문위원 중에 한 사람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다음 워싱턴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원상 목사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목사님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목사님, 무슨 일입니까. 왜 슬픈 표정을 짓고 계셔요?”

목사님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우리 두 사람이 마주잡은 손 위로 후드득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진후에게 무슨 일이 있었군요? 어떻게 되었습니까?”

진후는 지금 리치먼드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어요. 뇌출혈을 일으켰어요. 소생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된다는 것이 의사의 답변이었습니다.”

뇌출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뇌출혈이라면 참으로 위험한 증상 아닌가. 왜 진후에게 갑자기 뇌출혈이 일어난 것일까.

쏜살같이 병원으로 향했다. 결혼하여 안정을 찾고 삶에 재미를 붙이던 그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고통이었다.

중환자실에는 진후가 산소호흡기를 꽂고 누워 있었다. 이제는 질병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줄 알았던 진후가 다시 쓰러진 것이다. 혈압이 3백까지 올랐다. 원래 왼손잡이였던 진후의 왼쪽 몸에 서서히 마비증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위독한 상황이었다.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군요. 몸에 마비증세가 나타나는 것도 걱정이고요.”

의사들도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진후는 지나칠 정도로 성격이 깔끔했다. 좀처럼 남의 집에서 잠을 자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폭우 때문에 의학박사인 이형모 선생 댁에서 잠을 잤다.

이 박사는 지후의 수술을 담당했던 분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의사 중 가장 실력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분이었다. 이 박사는 말했다.

진후가 저녁에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더군요. 그래서 급히 병원으로 데려왔지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정말 손도 써보지 못할 뻔했습니다.”

만약 의사의 가정에서 잠을 자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재빨리 응급조치를 취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방치했더라면 영영 깨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나님, 이 시련을 통해 또 무엇을 깨우쳐 주실 것입니까? 의미 없는 고통은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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