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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호]  2019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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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보다 ②
[[제1610호]  2018년 9월  10일]

중환자실에서야 비로소 눈을 떴다. 의사는 이제 큰 위기는 넘겼다고 위로했다.

몸에 있는 혈액의 삼분의 일 가량이 쏟아져 나왔어요. 급히 병원으로 옮겼기에 망정이지 꼼짝없이 호텔 방에서 객사할 뻔했습니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나는 눈앞에 무엇이 아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빨갛고 기다란 것이었다. 기다랗고 빨간 축에는 누군가가 고통스런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바로 그 십자가였다. 십자가를 보는 순간,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어야 하는지 그 해답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고난이 닥칠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을 해왔던 나였다.

이 고난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무엇을 깨우치기 위해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것일까?’

요나서에 보면 제비뽑기를 하는 것까지도 하나님께서 관여하고 계심을 본다. 그렇다면 우연이라는 것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우연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숨어있게 마련이다. 이번 사건에도 분명히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으리라. 나는 너무도 쉽게 스스로 깨우칠 수가 있었다.

세상일에 파묻혀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았느냐. 너의 능력만 믿고서 교만하지 않았느냐. 힘들고 어려운 일을 너 혼자 해결하겠노라고 발버둥 치더니 결국은 이렇게 되었구나.”

나는 마음속에서 울려 퍼져오는 책망에 대하여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마치 예수님이 나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여러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그것을 하나님께 맡기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나의 재주와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그것은 곧 교만이었다. 병상에서 나는 두 가지를 회개했다. ‘복음 전하는 일을 게을리 한 것,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의지하지 않은 것.’ 병상에 누워있는 것이 오히려 평안했다.

그러나 2주일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원자력기구 회의가 열리게 되어 있었고, 내게 중요한 임무가 부여된 국제회의였다. 이런 몸으로 국제회의에 참가한다는 것이 무리일 성싶었으나 예상을 뒤엎고 나는 사흘 만에 퇴원했다. 이것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정대로 나는 국제원자력기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에서 나는 성경을 읽고 있었는데 한 중년신사가 말을 붙여왔다.

그 책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성경인데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책입니다.”

신사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나도 크리스천입니다. 내가 읽는 책도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책입니다. 미국에 오면 꼭 연락을 주십시오.”

그가 바로 딘 오버먼 변호사였다. 먼데일 부통령의 법조 동역자이며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의 중요한 멤버였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미국에 들렀더니 그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 만남이 바로 한국과 미국을 잇는 기도모임의 불씨가 되었다. 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 만에 국제회의에 참석한 것도 기적 같은 일인데 이토록 귀한 기도 동역자까지 만나게 되었으니, 참으로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계획과는 차원이 달랐다.

닥터 정, 우리 서로 상대방 나라를 위해서 기도해 주기로 합시다. 나도 한국을 위해서 기도 할 테니 닥터 정도 우리 미국을 위해 기도해 주시오.”

나는 응낙했다. 서로를 위한 기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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