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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호]  2018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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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말술(斗酒)<3>
[[제1610호]  2018년 9월  10일]

당당한 태도로 한지민이 솜을 찾았다. 얼마 후 젖가슴은 어렵게 솜 한 움큼을 뜯어 왔다. 그러자 한지민은 그 솜을 주전자 물에 푹 적신후 떡 반죽처럼 뜯어 자신의 어금니 구석구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복싱 챔피언 주먹이 사정없이 날아들테니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한지민은 빠른 동작으로 옷을 입었다. 그러고 나서 군화끈을 힘껏 잡아맸다.

“가자! 대대장이 기다리는 곳으로.

한 소위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당해진다. 자기가 무슨 당당한 일을 했다고 저러나 싶다. 이러는 한지민의 모습을 보고 조 하사나 젖가슴은 정말 배짱이 두둑한 엄청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당당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당당함을 넘어 뻔뻔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새 동쪽 하늘이 훤해지더니 금세 붉은 태양이 솟아오를 것 같았다. 한지민과 조 하사가 대대본부 입구에 들어서니 연병장엔 아직까지 병사들이 집결해 있었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근무 장교가 탈영했다. 그래서 비상이다.

삽시간에 이런 소문이 대대 전체에 좌악 퍼져 있었다.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장교가, 그것도 야간 당직자가 근무지를 이탈하여 탈영까 지 했다면 군법회의감이다.

‘과연 어떤 자이길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다.

한지민을 졸지에 이렇게 유명 괴짜로 만든 최고 수훈갑은 중대장이고 그 다음은 대대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지민이 지금 제일 괴로운 것은 자기때문에 애꿎은병사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점이었다. 그렇게도 걱정해줬던 선배 장교들의 뜻을 저버리고 사고를 쳤으니 정말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프고 민망스러웠다. 벌써 대대장실 앞엔 의무지대 위생병들이 들것을 갖다 놓고 오늘의 녹다운 선수를 의무지대로 구급, 운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소위가 대대본부에 입장하자 어젯밤 주번사령 김 대위가 안됐다는 듯이 빈정거림으로몇 마디를 늘어놓는다.

“내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묘하게 되어 버렸어. 정말 불가항력이었어. 참 안됐다. 쯔쯧.

이 사람이 중대장이 동기생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그 사람이다. 벌써 대대장 당번병이 반질반질 잘 닦은 까만 가죽 장갑을 대대장 책상 위에 갖다 놓았다. 이윽고 오늘의 터프가이 복서 대대장이 출근하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위병소 초병의 고함 소리와 함께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프에서 대대장이 내린다. 기다란 키에 짧은 스포츠머리에 찢어진 눈매가 매섭고 험상궂다. 화가 나면 오른쪽 눈이 씰룩거린다더니 정말 심하게 씰룩거리고 있었다.

“어느 놈이냐? 너로구나!

대대장은 여느 때처럼 야전잠바를 벗어 던진다. 다음, 링에 오른 권투선수처럼 글러브 대신 까만 가죽 장갑을 낀다. 대대장 성질이 ‘개좆 같다’고 일러주던 선배 장교 말이 얼른 떠오른다. 자기는 대대장 성질을 제대로 파악 못해 죽도록 얻어터졌다고 했다. 엄살을 피우면 안 피 울 때까지 계속 공격을 해 댄단다. 한 방 맞으면 멋진 폼으로 나가떨어져야지, 그러지 않고 떡 버티면 쓰러질 때까지 공격한다는 선배 말을 떠올렸다.

“맞을 준비는 됐겠지?

“네! 됐습니다!

한 소위는 악을 쓰며 큰 소리로 외쳤다.

“너 이놈! 근무지 이탈해서 어딜 갔었나?

대대장 눈가가 계속 씰룩거리고 있었다.

“술 먹으러 갔었습니다.

“뭐! ?

순간 대대장의 레프트 펀치가 한 소위의 턱을 향해 날았다. 이에 제법 큰 덩치인 한 소위가 공중에 부웅 떴다가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기술 없인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소위는 바닥에서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났다.

대대장은 자신의 위력적인 펀치에 긍지를 느끼면서,

“이리 와! 더 가까이…. 술 주량은 어느 정도냐?

“네,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말술(斗酒) 정도는 합니다.

“뭐! 말술?

대대장 표정이 정말 알 수 없다는 듯 매우 복잡하게 변하고 있었다. “너 정말이지? 거짓이면 너 진짜 내게 죽는다. 알겠나?

그러더니 어느새 그 무섭던 표정 대신, 얼굴에 잔잔한 미소까지 지으면서 대대장은 금방 딴 사람이 되어 버렸다. 끼고 있던 가죽 장갑도 벗 어 던진다. 눈가의 씰룩거림도 없어졌다.

“앞으로 조심할 거지?

“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名 채수정

<채학철 장로>

•() 한생명살리기운동 본부     

  본부장·상임이사

전농주사랑교회 은퇴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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