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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5호]  2019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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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유치원생 크리스천
[[제1599호]  2018년 6월  23일]

1979년 가을,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가게 되었다. 진후는 아내와 함께 뉴욕에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떠난 출장이었다. 비행장에서 나는 진후의 소식이 궁금하여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딸이 울면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 진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니? 어서 말해라.”

뭔가 불길한 예감이 번뜩 들었다.

어머니와 진후가.”

어머니와 진후가 함께 차를 타고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부랴부랴 서둘러 돌아와 보니 사랑하는 두 사람이 병원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다행히 진후는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아내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이었다. 그래도 아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아내는 사고를 당하고 얼마나 놀랐을까. 그러나 겁에 질려 있을 줄 알았던 아내의 모습은 의외로 평안해 보였다.

제가 이렇게 평안함을 누리기는 처음이에요. 제 신앙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이기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모든 것을 의탁하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발버둥 쳤어요. 이제 주님께 모두 맡길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저는 껍데기 교인에 불과했음을 알았어요.”

아내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것은 체념에 찬 서글픈 웃음이 아니었다. 평강과 희락의 미소였다.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달려온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는구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고통을 통하여 더욱 굳센 마음을 가진 아내가 고맙기까지 했다. 아내의 환한 미소를 통해 내 마음까지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여보, 이제부터는 참 크리스천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의지하는 참 교인 말이에요.”

아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화여대를 다닐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왔으나 지극히 형식적인 신앙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아내였다. ‘고난에는 뜻이 있다는 성서의 가르침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교통사고가 우리 부부에겐 전화위복이 되었군요. 이제부터 나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 보겠소.”

우리 부부는 잠시 진후에게 닥친 병마저 잊어버린 채 참된 크리스천의 삶에 대해 대화의 꽃을 피웠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우리는 교회에 더욱 열심히 출석했다. 깊은 신앙의 체험은 하지 못했지만 일단 교회에서 갖는 각종 모임과 예배에는 빠지는 일이 없었다. 자연히 우리 집에 교인들의 방문도 많아졌다. 거의 매일 집에서 예배를 드릴 정도였다.

그분들은 우리 가족을 위해 말씀을 들려주었으며, 또한 간절히 기도해 주었다. 학문적으로는 나와 비교되지 않는 분들이었지만 성경말씀을 전하는 데에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었다. 기도하는 것도 나와는 전혀 비교되지 않았다.

신앙의 세계는 참으로 놀랍구나. 공부를 많이 한 분들도 아닌데 어쩌면 저렇게도 성경지식이 해박할까?’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면 나의 신앙은 유치원생에 불과한 것이었다. 나도 정말 뜨거운 체험을 하고 싶었다.

어느새 우리 부부는 문제가 닥칠 때마다 기도로 하나님의 응답을 간구하는 크리스천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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