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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모처럼 고향에 다녀왔다
[[제1566호]  2017년 9월  30일]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라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향 방문으로 가슴 설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민족의 대이동이라 칭하게 찾는 사람이 많은 고향은 무엇인가?

나는 3곳의 고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해방 전에 태어나 모택동이 중국을 지배하기 전인 1948년에 빠져 나온 중국 심양이다. 봉천이라 불리던 이곳은 예전에도 요령성의 주도인 큰 도시였다. 이곳 서탑에는 예전부터 우리 민족이 많이 살았는데 100여 년 전에 세워진 서탑교회에서 선친께서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시무하시던 중에 내가 태어난 것이다. 일찍이 방문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선친을 대신해 10년 전에 잠시 방문해 후임으로 봉직하던 목사님을 뵙고 태어난 곳에서 감격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이번에 교회의 성도들과  함께 이 교회와 백두산 천지를 포함해 그 일대를 방문하는 여정을 보냈다. 인구 천만을 넘는 대도시로 변모한 심양은 완전한 다른 세상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고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금은 호화스런 호텔의 19층 방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니 문득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고려 시대의 충신 길재의 시조가 기억났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역시 고향은 친척이나 친구가 옛 골목에서 만날 수 있어야 했다.

한국으로 와서는 곧 국가의 큰 변란 덕에 우왕좌왕했다. 서울이 수복되고 그때부터는 서울 생활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오고 결혼에 첫 직장을 잡아 터를 닦았다. 어느새 말투는 거의 표준어로 바뀌면서 서울 사람이 되었으니, 이젠 서울이 나의 고향이 된 줄 알았다. 그러나 곧 계획된 대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학창 시절의 고향은 서울이 분명했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무척 바빴다. 그렇게 만 25년을 보내면서 청·장년의 세월을 보냈던 또 하나의 고향을 등지고, 나이가 50이 넘어서면서 다시 진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돌아왔다. 이제는 서울을 마지막 고향으로 삼아 생활하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바빠 가족 간의 만남이 예전처럼 잦지 못하여 함께 모여 스킨십을 느끼고, 대화하며 밥상에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는 친교가 많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형편에 따라 전화 등 SNS 등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또한 사랑의 정표로 마음의 정성을 담은 선물이나 성금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나 우리 믿는 사람들은 항상 하나님을 향한 기도로 가족 간의 유대를 곤고히 하기 때문에 위로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 모든 가족이 항상 고향에서 생활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태생적으로 고향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기에 우리의 생활 자체를 고향과 연결시켜야 마음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모든 행동들이 우리가 항상 고향의 정취를 느끼는 요소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말해서 우리는 일찍이 고향으로부터 왔지만 앞으로 우리가 갈 곳도 근원이 한결같은 우리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족들과 항상 함께 있지 못하고 때로는 비록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항상 고향의 따사로운 정을 간직할 수 있음이 중요한 이유다. 오랜만의 숙제를 한 느낌이다.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는 없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일깨운 고향을 다녀왔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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