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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작은 일이지만 충성해 받는 복
[[제1547호]  2017년 4월  29일]


K LA 코리아타운에서 오랫동안 사는 터줏대감이다. 남편과 두 딸을 데리고 이민 와서 처음 세든 아파트에서 20년이 넘게 살고 있어 이제는 그 아파트에서는 로즈  할머니 외에는 가장 고참이었다. 여기에 살면서 두 딸을 공부시켰고 이제는 결혼까지 했으니 이만하면 남에게 별로 아쉽지 않은 성공한 생활을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로즈 할머니와는 10년 이상의 긴 인연을 맺어왔다. 10여 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서 집에 있던 시절이었다. 평소 아파트 같은 층에 살아 이따금 만나면 가볍게 인사하던 사이였다. 몹시 깔끔하고 예의는 바르고 몸에 밴 친절함이 있으나 그리 살갑게 느끼기 어려운 백인 여성의 고고함이 엿보이는 여성이었다. 마침 집에서 잘 해 먹던 잡채를 요리하던 중 집으로 돌아오던 남편이 문을 연 채로 로즈와 인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무슨 요리를 하기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느냐고 물었고 남편은 우리나라 잡채인데 한 번 맛을 보겠느냐고 물어 그 집에 한 접시를 들고 갔다. 그 와의 좋은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후로 이따금씩 만나면 인사와 함께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고 주말에는 가끔 그 집에 한국 음식을 해가지고 가서 놀던 관계로 발전했다.

집안은 그의 성격같이 깔끔했고 기품이 있었으나 어딘가 조금은 외로운 느낌을 받았다. 남편은 몇 년 전에 죽었고 두 아들은 동부에서 성공해 잘 살고 있다는 정도의 내막만 알게 되었다. K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쉽지는 않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로즈는 그에게 임시로 한 주일에 3일 정도 집안일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직장 구할 때까지 하기로 양해가 되어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퇴원해서도 예전같이 활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어느덧 간병인이자 가정부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제는 서로가 정도 들고 한 가족 같은 관계가 되면서 편안한 생활을 하였다. 출가한 딸들도 잘 지내고 남편의 직장 생활도 여전하며 이제는 친어머니같이 되어버린 로즈를 돌보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로즈의 병이 깊어졌고 얼마 후에 그는 하늘나라에 갔다. 친정어머니를 장사한 느낌으로 슬픔을 새기던 어느 날 한 백인 남자의 방문을 받았다. 자신을 로즈의 변호사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로즈의 유언이라며 봉투를 내놓았다. 거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큰 금액의 수표가 있었다. 이는 지난 10년을 가족같이 돌보아 준 사랑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는 로즈의 유언을 집행하는 것이라는 변호사의 설명이었다. 비록 간병인이었지만 작은 일에도 정성으로 받들었던 일에 대한 보너스라고 변호사는 설명했다.

예전 학창 시절에는 꿈이 컸기에 장차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작은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원대한 계획만 세웠고 이를 달성한다고 허둥거렸던 기억이 생각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지극히 간단한 진리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행동이 이제야 분명하게 깨달아진다. 작은 일에 충성하면 자연스럽게 큰 일로 이어진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했다. 나이 들었다고 한탄만 할 일이 아닌 것이 작은 일이라도 성의껏 열심을 다하면 주님은 그런대로 축복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깨달은 것만도 엄청 다행스러운 일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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