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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신문에 고정 칼럼을 쓴다는 의미
[[제1530호]  2016년 12월  17일]


30여년도 더 지난 1980년대 중반에 나는 LA 한국어 방송국에서 방송을 했다. 열악한 형편에 혼자서 장구 치고 북 친다는 표현대로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했다. 방송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미리 준비하는 일은 큰 숙제였다. 그러면서 어느덧 글을 쓰는 일에 익숙해졌을 무렵에 그곳에서 발행되는 주간지에서 고정 칼럼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겁도 없이 선뜻 승낙해 2년간에 걸쳐 기고했다. 다행히 열심을 다한 끝에 큰 문제가 없이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그러면서 글을 쓴다는 일에 대한 매력과 책임감을 맛보았다.

LA에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준 고속도로로 ‘올림픽가(Olympic Blvd)’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자주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일어나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 길은 준 고속도로라 차의 속도가 빠르면서 노폭은 상당히 길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건널목이 많지 않기에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불행하게도 사고를 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인 교포 노인들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제기하려고 ‘올림픽가에서의 무단횡단을 그만두자’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시간이 지나 그 칼럼을 쓴 일도 잊은 시점에 길을 건널 경우가 생겼다. 무심코 건널목이 아닌 곳에서 요령껏 길을 건널 요량으로 차가 오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그곳을 지나가던 한인이 나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그 곳으로 건너면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건널목으로 건너시오.’ 충고하는 시선을 보냈는데 마치 ‘당신이 무단횡단을 하지 말자고 칼럼을 쓴 사람이 아니오?’ 하는 표정으로 느껴졌다. 나는 얼른 조금 돌아서 안전하게 건널목으로 길을 건넜다. 그러면서 남에게 잘하자는 말을 하기보다는 나의 언행에 더욱 조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터득했다. 남의 눈은 가려도 하나님께 짓는 죄는 피할 수 없으니까.

내가 이 칼럼을 쓴다고 노벨문학상이라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뿐더러 심지어는 동네에서 주는 격려상이나마 기대해 보지도 않았다. 다만 특별하게 공부를 하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꾸준하게 일상생활에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이를 통하여 나 자신이 예전에 미처 알지 못하였던 많은 자양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부지런하게 한다. 신문 마감 시간에 맞춘다는 것은 긴장되기도 하지만 언제나 소재를 찾고 이에 대해 공부도 해야 하기에 당연히 부지런해졌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학생다운 마음가짐을 가져야해서 언제나 머리를 맑게 유지해야 했다.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의 눈은 항상 긍정적이고 선하기를 유지해야 하고 때로는 나의 주관이 많이 주입될 경우도 있지만 객관적인 잣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습성이 생겼다.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 힐난하기보다는 역사나 옛 성현들의 뜻을 따라 현명한 길을 찾는 연구를 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는다고 자부했다.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원고 마감일을 어기지 않기 위해 내 소임을 다하는 책임감이 생겼고, 따라서 약속한 원고를 정리해 신문사로 송고를 마치면서는 나만이 느끼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또한 얼마 후에 나의 원고가 그대로 신문에 실려 완성된 신문을 읽으면서는 나의 노력의 결실이 이루어진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내 생각이 이 사회에 알려졌구나’ 하는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면서 얻는 보상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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