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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약(藥)이나 독(毒)이 될 수 있는 말
[[제1508호]  2016년 6월  11일]


미국에서 25년간 살다가 역이민을 해 한국으로 돌아온 20여 년 전에 꼭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3년간 한 교회를 섬기던 절친이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이 되어 반갑게 만났다. 안부를 묻고 지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자연스럽게 어느 교회에 나가느냐고 묻게 되었다. 그는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를 다닌다고 어두운 얼굴로 말을 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교회 생활에 대단히 열심이어서 많은 교우들로부터 장차 목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동안 교회를 떠났다가 얼마 전에 다시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에 겨우 참석하는 나이롱 신자(?)가 된 것이다.

그가 털어놓은 사연은 이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 그는 토목과를 선택했고 졸업 후에는 건설 회사에 취직해 다녔다. 그의 진로는 평탄했고 그러면서 결혼도 하여 가정도 꾸렸다. 경제적으로는 윤택한 생활을 했지만 지방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교회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슬픔 속에 아들의 장례를 치르는데 평소 교회 내에서 올바른 신앙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어떤 노 권사님이 자신의 아내에게 충고라고 한 말에 그는 폭발했다. “이는 그동안 사업한다고 교회를 떠나 방탕한 생활을 한 김 집사를 벌주신 것이야. 이제는 회개하고 열심히 신앙생활만을 해야 해.

소리치며 울던 그로 인해 장례식장은 쑥대밭이 되었고 그때부터 그는 교회를 등지게 되었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가 돌아오자 다시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다. 그냥 조용히 예배만 드리면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2차 대전 때 독일군의 폭격으로 버킹검궁이 파괴되어 영국민이 크게 불안에 떨게 되었다. 이때 공주의 신분으로 군에 입대하여 참전하고 있던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담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국민 여러분, 독일의 폭격 덕분에 그동안 왕실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던 벽이 사라지고 우리는 이제 서로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는 격려를 하면서 국민에게 큰 용기를 주었던 것이다.

성경은 이렇게 가르치셨다.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7:15-23) 물은 독사가 마시면 독으로 변하지만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렇듯 우리가 비록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이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고, 자기 본위의 잣대로 남을 비판할 때, 그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남을 다치게 할 수가 있다. 특히 사람의 잘못을 정죄할 수 있는 분은 ‘하나님’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확실하지도 않은 소문에 의해서,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 있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남을 비판하지는 말아야 한다. 결혼식에 가서 설사 신부가 썩 미인이 아니더라도 “신부가 참 미인이고, 덕스럽게 생겨서 행복하게 살겠네요” 하는 인사를 한다고 화를 낼 혼주는 없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갑자기 상을 당해 큰 슬픔에 빠진 상가에 가서는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동안 상주의 손을 잡아주는 것도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내 말로 분위기가 살며 듣는 사람이 희망을 갖고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 약이 되는 말이 될 것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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