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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부모님이 떠나버린 어버이날 쉼터
[[제1503호]  2016년 5월  7일]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흔히 건강 유지법에는 운동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식사를 하루에 세 번 제때에 소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아침은 간단하게 양식으로 하는데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두 개의 계란 프라이다.

어머니는 비교적 건강하게 사시다가 92세에 돌아가셨는데 그 전에 얼마간 치매가 있었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때 어머니가 아침 밥상에서 챙기는 것이 계란 프라이 두 개였다. 처음에 이를 말했던 어머니는 혹시라도 아침에 계란이 안 보이면 “야, 어멈아. 아범에게 계란 프라이 두 개만 해주렴” 하며 꼭 챙기셨다. 아마 내가 어렸던 시절 계란이 대단한 반찬으로 대접받던 시절에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기억이 정신이 조금 헷갈리면서 아련히 떠오른 듯했다.

요즘 매일같이 아침에는 두 개의 계란을 먹는데 혹 계란이 없어 못 먹을 때면 나는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고자질을 한다. “오마니(나는 표준어를 구사하지만 어머니를 부를 때만은 정겨운 고향의 사투리를 구사한다), 어멈이 오마니의 지엄한 명을 어기고 시장에서 계란 사오는 것을 잊어버렸다오.” 그리고는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로 “어떻게 하네. 마음 넓은 네레 오늘은 참으려무나” 이렇게 말하면서 아침 식탁의 부부 대화를 정겹게 이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일찍이 1956년부터 5 8일을 어머니날로 정하고 여러 행사를 하면서 축하했다. 사실 1년에 단 하루가 어머니날이고 나머지는 아버지날처럼 지냈던 옛날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대접 또한 나빠지면서 1973년부터는 아버지도 슬쩍 끼워서 어버이날이라고 칭하고 부모님의 은덕을 함께 치하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주일로 지킨다. 이날은 꽃이 가장 많이 팔리고 전화 통화도 가장 많은 날이다. 그러면서 6월 셋째 주일로 정해진 아버지날은 그리 큰 감흥도 없고 심지어는 이런 날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분위기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어버이날로 축하하는 우리나라가 조금 더 합리적이라 여겨진다.

나도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 얽힌 추억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나 자신도 두 아들을 양육할 때 바쁘다는 핑계로 그들과 살갑게 지낸 기억이 많지 않으며 정겨운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어버이날은 물론 평소에도 자식들과의 교감은 아내가 거의 독식하고 나는 귀동냥으로 소식을 듣는 대접을 받아도 그리 분개할 입장은 되지 못한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경제적으로도 그리 윤택한 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단지 그들의 부모인 우리 부부는 그런대로 화목한 관계는 유지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솔선해서 부모를 공경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는 사이 어영부영 늙으면서 이제는 내가 가장 윗사람이 되었다. 당연히 효도를 받는 위치에 섰다. 다행히 아들들은 부모를 공경하라( 6:2-3)는 성경 말씀을 잘 따르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했다.

이제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아들들은 예년같이 카드와 선물을 줄 것이다. 그보다도  잘 성장하고 열심히 사는 자식들을 보면서 고마운 마음과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다만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셨으니 이제는 효도할 상대가 없다는 현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니 이 나이가 되어서 뒤늦게나마 철이 든 것일까?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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